여성 신체 반영 부족 지적
임신부 데이터 공백도 과제
UBC 학부 과정 개설 주목
일상에서 사용하는 안전벨트와 자전거 헬멧 등 주요 안전장비가 남성 중심 기준으로 설계돼 왔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가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학부 과정을 개설해 주목받고 있다.
UBC 의생명공학부 생체역학 연구자인 피터 크립톤 교수는 “여성은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많은 안전 장비가 남성과 동일한 수준으로 여성에게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형평성 문제를 강조했다.
실제로 차량 안전 시스템 개발에 활용되는 충돌 테스트용 인형(더미)은 1970년대부터 성인 남성 체형(50~95백분위)을 기준으로 설계돼 왔다. 반면 여성 더미는 하위 5% 체형으로 제작돼 사실상 12세 아동과 유사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여성의 신체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경우 월경 주기와 골격 구조 차이로 인해 척추와 인대 반응이 남성과 다를 수 있음에도, 기존 안전 데이터가 이러한 생물학적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UBC는 안전장비 설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젠더 격차를 인식하고, 보다 포괄적인 데이터와 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특히 임신부를 포함한 다양한 신체 조건을 반영한 연구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UBC 크립톤 교수의 연구팀은 이러한 데이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3년 밴쿠버 종합병원에서 임신부 9명을 대상으로 MRI 스캔을 진행한 데 이어, 최근 써리의 산부인과 클리닉에서 약 330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레이저 스캔 연구를 마쳤다.
연구 결과, 대다수 임신부들이 임신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기존 안전벨트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팽창한 복부로 인해 벨트가 안전하지 않은 위치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크립톤 교수는 “현재 토요타 등 국제적인 자동차 기업과 협력해 임신부를 위한 더 안전한 차량 시스템을 평가할 수 있는 전산 모델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엔지니어, ‘포용적 설계’
이번에 개설된 신규 강좌는 좌석벨트 뿐만 아니라 여성에게 더 흔한 뇌진탕이나 전방십자인대(ACL) 부상, 폐경기 및 월경 주기에 따른 생리적 변화, 나아가 트랜스젠더의 생체 역학까지 폭넓게 다룬다.
수업에 참여 중인 의생명공학 5학년 소피아 카트라마다키스 학생은 “데이터에 남성 편향이 존재한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과정을 통해 미처 대변되지 못했던 인구 집단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며 “향후 연구 시 수집하는 데이터가 전체 인구를 대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UBC의 이 같은 시도는 미래 세대의 엔지니어들이 기술 설계 단계에서부터 불평등에 직면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포용적인 기술을 개발하도록 독려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