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9일 WednesdayContact Us

기후변화, 대기질 경보 이어 캐네디언 지갑도 턴다

2026-07-29 10:02:11

이상기후가 주택 보험 시장을 뒤흔드는 가장 지배적인 힘 중 하나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치솟는 주택 보험료…가계 경제에도 ‘비상’

BC주와 노스웨스트 준주의 산불, 매니토바주의 홍수, 캐나다 동부의 폭염까지…캐나다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기상 이변은 피해 지역 주민과 공동체에 막대한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캐나다인들의 지갑 사정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통계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홍수와 산불 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대대적인 보험료 인상을 부추기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캐나다보험국(IBC)의 에런 서덜랜드 태평양 지역 부사장은 “더 덥고 건조한 여름, 더 따뜻하고 습한 겨울이라는 ‘새로운 기상 현실’을 맞이했다” 며 “이로 인해 산불은 더 극단화 되고 홍수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캐나다 보험사들이 폭풍, 산불, 홍수 등으로 지급하던 연간 보험금은 수억 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서덜랜드 부사장은 “지난 몇 년간 이 수치가 매년 2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불과 2년 전에는 100억 달러에 육박했다”며 “이 때문에 캐나다 전국의 보험료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소유주들은 이러한 보험료 인상분을 보험사에 직접 납부하거나 콘도 관리비를 통해 부담하고 있다. 세입자 역시 집 주인이 맞이한 보험료 상승분이 월세에 반영되면서 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주택 및 모기지 보험료는 무려 45%나 급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21%)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동안 주택 보험료는 주로 건축 자재비 상승과 집값 폭등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웃돌아왔으나, 최근에는 그 원인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의 구성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이제는 이상기후가  주택 보험 시장을 뒤흔드는 가장 지배적인 힘 중 하나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재난의 수도’가 된 알버타주

이러한 경향은 캐나다 역사상 기상 이변으로 인한 보험 청구액이 86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4년에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2024년은 캐나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였다. 통계청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발생한 주요 재난 중 불과 30일 이내에 연달아 터진 세 건을 포함한 총 네 가지 대형 사건으로 인해 보험사가 지급한 돈만 70억 달러가 넘는다.

당시 알버타주 재스퍼를 집어삼킨 산불을 비롯해, 폭우와 상수도관 파열이 겹친 퀘벡주 홍수로 27억 달러, 온타리오주 홍수로 9억 9천만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역대 가장 가공할 만한 비용을 초래한 날씨 재난 10개 중 8개가 2013년 이후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두번째로 피해가 컸던 해는 포트맥머리 대형 산불이 있었던 2016년이다.

이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대형 재난들이 유독 알버타주에 집중되면서, 알버타주의 주택 및 모기지 보험료는 다른 어느 주보다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심지어 2024년에는 알버타주 내 일부 보험사들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덜랜드 부사장은 “알버타주는 지난 몇 년간 이 나라의 ‘재난 수도’나 다름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재난 ‘홍수’

통계청 보고서는 지난 5년간 갈수록 빈번하고 심각해지는 ‘홍수’가 보험 손실을 키운 제1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홍수는 캐나다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고 가장 많은 비용을 유발하는 자연재해로, 최근의 홍수 사태들이 주택 보험료를 계속해서 끌어올리는 만성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2021년 BC주를 강타한 대기천 현상으로 인한 대홍수와 2024년 캐나다 중· 동부를 덮친 폭우가 포함된다. 보험사들이 지난 10년간 홍수 피해로 지급한 금액은 총 9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 중 거의 절반이 유독 재해가 심했던 2024년 한 해에만 집중됐다.

다만 보고서에 집계된 금액은 어디까지나 보험사가 지급한 비용에 한정된다. 시 정부의 공공 인프라 파손 등 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 비 보험 손실액은 보통 이보다 훨씬 크며, 이는 연방정부의 ‘재난 재정지원 협정’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러 단계의 정부 부처가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결국 재난의 최종 청구서는 납세자인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의회 예산처에 따르면, 주 및 준주정부가 자연재해 이후 이 프로그램에 지원금을 신청해 받아 간 돈은 1970년 제도 도입 이후 1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의회예산처는 이 프로그램의 연간 집행 비용이 2010~2024년 평균 8억 8,100만 달러에서, 2025~2034년에는 매년 18억 달러로 두 배 이상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나마 소비자들에게 다행인 점은 2025년 들어 전국적으로 기상 이변이 다소 진정되면서 숨통이 트였다는 사실이다. 또한 서덜랜드 부사장이 “매우 건강하고 경쟁적인 시장”이라고 표현할 만큼 많은 보험 옵션이 존재해, 예년에 비해 주택 보험의 체감 부담은 다소 완화된 상태다.

그러나 그는 기후 패턴의 변화로 인해 앞으로 2024년과 같은 잔인한 해가 더 자주 찾아올 것이라며, 장기적인 가계 지출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적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공공안전부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2025년 4월부터 고위험 지역의 재난 완화 및 예방 인프라 구축 비용 지원 비율을 주의 경우 90%, 준주의 경우 100%까지 대폭 확대했다. 서덜랜드 부사장은 이 조치가 각 지자체가 미래를 대비한 도시를 건설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문제입니다. 홍수든 산불이든, 방금 막 무너져 내린 같은 재료와 같은 설계 방식으로 그 자리에 건물과 시설을 그대로 다시 짓는 것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