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영 젊고 짱짱한 얼굴이 주글 주글 주름이 지고 세월이 얼굴에 어느새 들어 와 얼굴 모양을 달라지게 한다 거울을 보면 낯설고 웃으면 하훼 가면 같고 피부는 거죽 같이 튀튀하다 젊었을 때의 짱짱 했던 얼굴은 어디로 갔을까 옛날 사진 속엔 분명 젊고 팽팽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지금의 사진은 세월의 흔적만이 얼룩져 있다 어떤 것이 진정 나인가 지나가는 얼굴들. 늙은 얼굴로 거울을 보니 오호라 이것이 나임을 알겠구나 젊어서는 다 살지 않았으니 내가 아니고 지금은 많이...
우수상 B 김예인 그리움 내가 태어난 고향, 서울 그곳에 내리는 비는 두둑두둑 용감하고 세차게 내린다. 쉴틈없이 흘러오는 아빠의 사랑과 같이 내가 자라온 고향, 밴쿠버 이곳에 내리는 비는 보슬보슬 조심하며 조용히 내린다. 오랫동안 스며오는 엄마의 사랑과 같이 거기나 여기나 소꿉친구 빗방울이 내려올 때는 우산들이 마중을 나간다 당황함도 어색함도 어느 새 사라진다 거기나 여기나 성미급한 햇살이 입장할 때는 무지개가 마중을 나간다 꾸웁꾸웁함도 으슬으슬함도 어느 새...
최우수상 B 최자운 이방인 당시의 생각과 상황은 모두 배제한 채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만 남겨내는 것이 나의 기억법이다. 한국에서 장장 17년을 살았으니 그 중 비 오는 날이 꽤 있었을 텐데 이곳에서 꽤 많은 비 오는 날을 맞이하면서도 비에 대해 특별한 감정과 느낌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왜일까? 분명 그날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깨달음이 있었을 텐데 왜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이 모든 물음이 이방인이라는 키워드로 모여들었다. 지구 반대편에 새로운 삶의...
윤문영 산은 정직하게 그 위력으로 내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흙의 냄새를 주고 발을 제대로 딛지 않으면 마무리를 하지 못하게 한다 끝이 없는 길인줄 알고 끝없이 갔으나 결국은 끝을 보여주는 정직한 산 심장이 제대로 뛰는지 심장소리에 귀를 가울이게 하고 다리의 근육이 어느정도 인가 얄궂게도 높은 곳에도 델고 간다 산은 몸을 데웠다가 산은 용광로 같이 몸을 태웠다가 산은 몸을 차갑게 식혔다가 어떤 표정으로 다가 온다 내려가는 길엔 올라올 때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해주는...